1. 서울 방랑기
건축주는 24년 교수 생활이 안겨준 무사안일한 삶을 털어버리기로 마음 먹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왔따. 안정된 생활이 주는 달짝지근함 대신 고정되지 않은 생활이 주는 쓰고 시고 짜고 매운 맛이 그리웠다. 그것이 살아있는 진짜 삶의 맛임을 기억했다.
그는 서울의 오래된 골목들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그곳의 농익은 삶과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마른 추억을 적시고, 갇혀 있던 자신을 조금씩 되찾았다. 그 치유과 회복의 여정은 마침내 그를 후암동의 한 골목으로 인도했다.